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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패니언 사이언스3. 유전자편집, 임상시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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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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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생명과학은 유전자편집 없이는 얘기가 안 된다면 좀 과장일지는 몰라도 터무니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3세대 유전자가위라는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이제 유전자를 편집하는 작업이 생명과학자의 일상이 됐다. 또 염기편집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게놈에 있는 특정 유전자의 특정 염기를 흔적을 남기지 않고 바꿔치기 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농업의 혁명을 예고하고 있고(유전자 편집 기술로 바뀐 농작물이나 가축을 유전자변형생명체GMO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사람에게 적용할 경우 의학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2017
년에는 인간배아에 적용하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돼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왔고 그 결과 유전자편집 임상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안전성 한층 높아져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교수팀과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등 한미 공동연구자들은 학술지 「네이처」 2017년 8월 24일자에 난자와 정자의 수정 단계에서 유전자편집을 수행할 경우 모자이크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모자이크 현상mosaicism은 수정란이 이미 세포 여러 개로 분열된 상태인 배아에서 유전자편집을 하는 기존 방법에서 일어날 수 있는데, 일부 세포는 편집이 되고 일부는 안 된 채 발생이 진행된 결과다. 만일 사람에서 피부색을 바꾸는 유전자를 편집했다면 피부가 모자이크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다.
2017년 8월 한미 공동연구자들은 수정란이 아니라 인공수정 단계에서 유전자편집을 수행할 경우 모자이크 현상을 피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위는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편집을 수행하는 기존 방법으로 배아의 일부 세포만 유전자가 편집됐다. 아래는 수정 단계에서 유전자편집을 하는 방법으로 배아의 모든 세포에서 유전자가 편집됐다. (제공 「네이처」)
연구자들은 비대성심근증 같은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MYBPC3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지닌 정자에 이를 교정할 수 있는 캐스9과 가이드RNA(게놈에서 편집해야 할 곳을 알려줌)를 함께 난자에 넣어주는 인공수정 기술을 개발했다. MYBPC3는 우성질환(부모 한쪽으로부터 변이 유전자를 받아도 발병)으로 캐스9이 정자의 MYBPC3 DNA의 변이자리를 자르면, 세포 내 복구 시스템이 난자 게놈의 해당 위치 서열 또는 별도로 넣어준 주형 DNA를 참조해 이를 정상 염기서열로 고친다.
분석결과 42개 배아 가운데 한 개에서만 모자이크 현상이 발견돼 대부분은 수정란이 첫 세포분열을 하기 전에 유전자편집이 완료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모자이크 현상과 함께 유전자편집의 불안요인으로 알려진, 게놈의 엉뚱한 위치에서 편집이 일어나는 오류도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부모 가운데 한쪽이 유전자에 결함이 있을 경우 인공수정과 동시에 유전자편집을 수행해 정상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낳을 길이 열린 것이다.
유전자가위가 아닌 염기편집
한편 학술지 「단백질과 세포」 2017년 9월 23일자에는 베타 지중해빈혈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지닌 복제배아를 정상으로 고치는 데 성공했다는 중국 쑨얏센대 연구자들의 논문이 실렸다. 이 유전병은 열성질환(부모 양쪽에서 변이 유전자를 받으면 발병)인데, HBB 유전자 특정 부분의 아데닌(A)이 구아닌(G)으로 바뀐 결과로 중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크리스퍼/캐스9이 아니라 염기편집base editing이라는, 2016년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리우David Liu 교수팀이 개발한 신기술을 적용했다.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리우 교수팀은 2016년 DNA 가닥을 자르지 않고도 GC염기쌍을 AT염기쌍으로 바꾸는 염기편집 기술을 개발했고 2017년 AT염기쌍을 GC염기쌍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학술지 「네이처」는 ‘2017 과학계 화제의 인물 톱 10’ 가운데 제일 먼저 리우 교수를 지목했다. (제공 위키피디아)
DNA이중나선 가닥을 자른 뒤 교정을 하는 기존 유전자편집 기술과는 달리 염기편집 기술은 DNA 가닥은 자르지 않고 특정 위치의 염기 하나만을 바꿀 수 있다. 염기편집을 ‘4세대 유전자가위’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다(자르지 않으므로!).
리우 교수팀은 CAS9에 손을 대 가이드RNA가 안내하는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할 수는 있어도 자르지는 못 하는 ‘죽은(dead)’ CAS9, 즉 dCAS9을 만든 뒤 여기에 GC 염기쌍을 AT 염기쌍으로 바꿀 수 있는 효소를 붙인 시스템을 개발했다. 베타 지중해빈혈증을 일으키는 변이 HBB 유전자는 A가 G로 바뀐 것이므로 쑨얏센대 연구자들은 이 시스템을 적용해 G를 다시 A로 바꾼 것이다.
한편 리우 교수팀은 「네이처」 2017년 11월 23일자에 염기편집 시스템의 새로운 버전을 소개했다. 즉 AT염기쌍을 GC염기쌍으로 바꿀 수 있는 효소가 붙은 dCAS9이다. 자연에는 이런 바꿔치기를 하는 효소가 없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이런 작용을 하는 효소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유전자 질환 다수는 단일 염기의 돌연변이 때문에 일어나므로 앞으로 염기편집 기술이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네이처」가 ‘2017 과학계 화제의 인물 톱 10’ 가운데 제일 먼저 데이비드 리우 교수를 지목한 이유다.
문신으로 할까 헤나로 할까
한편 학술지 「사이언스」 2017년 11월 24일자에는 DNA이중나선이 아니라 RNA단일가닥을 표적으로 하는 염기편집 시스템이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미국 브로드연구소 펭 장Feng Zhang 교수팀은 RNA의 특정 염기서열(가이드RNA가 안내하는)을 인식해 자르는 CAS13을 변형해 절단 능력을 ‘죽인’ dCAS13을 만든 뒤 여기에 염기 A를 I(이노신. 리보솜은 단백질을 만들 때 I를 G로 인식)로 바꾸는 효소를 붙였다. 유전자(DNA)가 아니라 그 전사체, 즉 메신저RNA(mRNA)를 편집하는 기술이다.
비유하자면 DNA염기편집이 유전정보를 영구적으로 바꾸는 문신(타투)이라면 RNA염기편집은 그 산물의 유전정보를 고친 것으로 원본은 그대로다. 즉 시간이 지나 편집된 mRNA가 사라지면 다시 원래 정보를 지닌 mRNA가 만들어지므로 이 경우 헤나라고 볼 수 있다. 영구적인 DNA염기편집을 두고 굳이 일시적 효과만 있는 RNA염기편집을 할까 싶지만 잘못돼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아니기에 안전하고 염증 같은 일시적인 질환에 대한 치료법으로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새롭고 안전한 유전자편집 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실험 뒤 폐기하는 배아 차원이 아닌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편집 기술을 적용하는 임상시험이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여 건의 임상시험이 계획 단계이거나 환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대부분 규제가 느슨한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크리스퍼와 염기편집의 작동 메커니즘을 도식화한 그림이다. 1. 크리스퍼 기술에서는 캐스9이 gRNA의 안내를 받아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이중나선을 풀고 자른다. 그 뒤 세포 내 복구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편집이 일어난다. 2. 2017년 발표된 DNA염기편집 기술에서는 dCAS9이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이중나선을 풀면 TadA 효소가 A를 I로 바꿔치기하고 이를 복구하면서 G가 된다. 3. RNA염기편집 기술에서는 dCAS13이 mR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 달라붙으면 ADAR 효소가 A를 I로 바꿔치기하고 리보솜이 이를 번역할 때 G로 인식한다. (제공 「사이언스」)
시험이 계획 단계이거나 환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대부분 규제가 느슨한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주로 크리스퍼/캐스9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고장 내 효과를 보는 임상시험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암환자의 T세포를 꺼내 PD-1 유전자를 고장낸 뒤 다시 환자에게 넣어주는 치료법이다. T세포는 면역세포의 하나로 주변에 암세포가 있을 경우 다가가 공격해 파괴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암세포는 T세포의 PD-1 유전자를 활성화해서 세포사멸을 유도해 면역계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개발했다. 유전자편집으로 PD-1 유전자가 고장 난 T세포는 암세포의 교란작전에 말려들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암세포를 강하게 공격할 것이다.
한편 실제 출산으로 이어질 배아(또는 난자와 정자의 인공수정단계)에 유전자편집 기술을 적용하는 건 아직 생명윤리 관점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2017년 한 해, 특히 후반기에 학술지나 신문, 잡지는 유전자편집 관련 논문 또는 기사를 ‘편집’하느라 분주하게 보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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